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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열기

나는 김욱진이다 - 공짜로 더위를 피하는 법

꼭 일주일 만에 쓰는 포스트입니다. 게으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다 보니까 매일 30분에서 한 시간씩 시간을 내서 짤막한 글을 쓰는 것도 큰 부담이었습니다. 퇴근해서 씻고 누워서 TV 보다가 잠드는 게 며칠 동안 전형적인 일상의 모습이었지요. 살이 올라서 몸이 둔해진 이유도 있겠고, 몇 가지 혼란을 버텨내면서 마음의 여유를 갖지 못한 까닭도 있겠습니다. 다행히 7월을 마무리하는 어제는 회사 창립기념일이어서 '굿바이 게으름'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밀린 빨래와 청소, 쓰레기 분리배출을 하면서 보다 규칙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것이지요. 마음을 먹기까지가 어려운 것이지 막상 마음을 잡으면 아무 것도 아닙니다. 그렇게 저는 8월의 첫 날을 맞았습니다.

 

어느덧 8월입니다. 엄밀히 따지면 하반기의 시작은 7월이 맞겠지만 저는 왠지 8월이 새로운 시작의 동력을 가져다 준다고 느낍니다. 7월에는 여름휴가의 들뜬 분위기를 만끽하고 싶어서입니다. 9월에는 뭔가 시작하기 너무 늦은 감이 있어서 조바심이 나기도 합니다. 8월에 슬슬 발동을 걸면서 9월부터 본격적인 궤도에 돌입한다는 계획입니다. 우선 디너 캔슬링을 종종하면서 3킬로그램 이상을 빼야겠습니다. 6월 초만 해도 날렵한 몸매를 자랑했는데, 7월에 접어들면서 본격적으로 폭식과 음주를 일삼으면서 살이 꽤 쪘습니다. 건강 검진에서는 과체중을 넘어 비만에 해당하는 몸무게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이쯤 되면 경각심을 가져야 합니다. 

 

아침형 인간이라 자부하던 저는 여름을 나면서 생활 리듬을 많이 잃었습니다. 더워서 지친 탓도 있겠고, 올림픽이 시작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올림픽의 재미까지 한 번에 절제하기 보다는 조금씩 기상 시간을 앞당겨 나가야겠습니다. 게다가 타이완 여행을 다녀온 후로 인간 관계에서 사소한 문제가 자주 발생해 평정심을 잃는 경우가 종종 생겼습니다. 아마 여행의 후유증이라고 봐야겠지요. 몸이 허해져서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좋은 것 많이 먹고 기를 보충해야겠습니다. 이런 면에서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마음(Sound body, sound mind)이라는 말은 적확한 표현입니다. 운동도 운동이지만 불규칙적인 식사가 기력을 잃게 한 주된 원인이라고 자평합니다.

 

어제는 뜻하지 않게 인천 신포시장에 가서 닭강정을 먹고, 차이나타운을 걷고, 월미도에 가서 바다를 봤습니다. 달리다가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야 했던 상반기를 마무리하기에는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계획하고 간 것은 아니었기에 더욱 색다른 경험이었지요. 인천은 서울에서 지하철로 갈 수 있는 곳 중에서 가장 이국적인 공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마치 타이완 여행의 연장선처럼 느껴질 정도였지요. 이국적인 공간에서 저는 스스로를 다독여야 했습니다. 부족한 자신을 위무하는 건 스스로 말고는 그 누구도 해줄 수 없는 일이니까요. 그리고 나란 사람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봤습니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를, 나는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나는 어떤 사람일지를 말입니다.

 

사실 굉장히 힘든 일입니다. 자신을 대면한다는 것은 언제나 부끄럽고 창피하니까요. 나는 누굴까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는 차치하고, 나는 누구일까요? 짧은 철학적 식견으로 답하자면 나는 김욱진입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누군가가 저의 성과 이름을 붙여서 부르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차갑거나 무뚝뚝하고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가 스스로 정의하는 나란 사람은 욱진이 아니라, 김욱진입니다. 욱진이라고 명명했을 때 느껴지는 불완전함은 나란 사람을 온전하게 드러내지 못하는 느낌입니다. 이렇게 보면 김욱진은 제가 명명할 수 있는 유일한 정체성입니다. 묘비명에 이름 하나 남겨놓고 떠날 미약한 인간이지만 그래도 저는 외치겠습니다. 나는 김욱진입니다.

 

p.s. 에어컨 없이 더위를 피하는 법을 알려드립니다. 그것은 바로 자기 이름 부르기입니다. 아무도 없는 방에서 20분 동안 자기 이름을 반복해서 부르다 보면 더위가 싹 가실 겁니다. 주의할 점은 성과 이름을 붙여서 불러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전에 김영하 작가 수필집에서 본 적이 있는데 신문에 먼저 기고한 글이었군요. 어쨌든 철학을 체험하는 첫 번째 방법이기도 하다니 일석이조입니다. ^^

 

 

나는 김욱진입니다. 이 사진도 20분 간 보면 더위가 싹 가실 것 같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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