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과 모바일에 경향을 배달하는 남자
위원장이 간다 ① 뉴털남
"솔직히 놀랐다 1면부터 다 읽다니
언론인의 꿈 포기하지 못 해 시작
누적 시청자수 4만 명이 넘기도
우리가 배울 점도 있지 않을까"
매일(월~금) 아침 경향신문 기사를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해 배달하는 한 남자를 알게 된 건 우연이었다. 2주 전 쯤이었까. 여느 때처럼 습관적으로 인터넷에서 ‘경향신문 을 검색하다가 뉴털남(뉴스 털어주는 남자)을 알게 됐다. 퇴근길에 시사평론가 김종배씨가 진행하는 팟캐스트 이털남(이슈 털어주는 남자)이 있다면 출근길에는 뉴털남이 있다는 광고 문구가 눈길을 끌었다. 누굴까. 그 많은 신문 중에 유독 경향신문 뉴스만 읽어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궁금했다. 아프리카TV 회원가입을 하고 뉴털남이 운영하는 1인미디어 방송국 우기TV의 ‘뉴스 플레이어 1.0'을 매일 듣기 시작했다.
◇첫 인상을 말하다 = 솔직히 놀랐다. 수많은 시사 프로그램의 뉴스 브리핑처럼 주요 기사 몇 개를 선별해 소개하면서 신문 하나를 요약 정리하는 방식일 것이란 예상을 깨고 뉴털남은 1면부터 한 기사도 빼놓지 않고 샅샅이 훑고 있었다. 사진설명과 만평까지 챙겼다. 도대체 이런 단순한 방식을 시도하는 무모함은 어디서 나왔을까. 이 방식으로 그 많은 기사를 어느 세월에 다 중계한단 말인가. 예상대로 그의 방송은 8면을 넘기지 못했다. 오전 7시30분에 시작한 방송이 어느덧 8시10분을 넘어서고 있었다. 그는 출근해야 한다 는 멘트를 남기고 서둘러 방송을 마쳤다. 직장인이구나.
◇ 묘한 매력이 있다 = 다음날 또 본방송을 사수했다. 역시 7시 30분에 오프닝 음악과 함께 시작된 생방송은 전날과 똑같은 형식으로 전개됐다. 뉴털남이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1면 머릿기사부터 줄줄이 읽어 내려갔고 다음 기사로 넘어갈 때 간간이 빌생하는 ‘침묵 현상도 여전했다. 지상파 방송이라면 거의 방송사고와 맞먹는 수준이다. 처음엔 못 견디게 어색했지만 시청횟수가 거듭될수록 익숙해졌다. 가끔씩 곁들이는 해설도 맛깔스럽다.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상황이 이런데도 끝까지 버티고 있네요'라는 식이다. 방송 중간중간에 시청자들과 채팅을 주고받고 뉴스에 대한 시청자들의 의견도 소개한다. 애청자들이 있구나.
◇ 뉴털남과의 만남 = 직접 만나보고 싶었다. 매일 아침 경향신문 기사를 털어주는 남자의 정체가 궁금했다. 1월28일 저녁 7시30분 우리는 그의 회사 근처 식당에서 만났다. 잘 생겼다. 그를 소개한다. 이름 김욱진. 나이 30세. 조만간 결혼할 여자친구가 있다. 직장 근무 경력 4년차. 전에는 지역 지상파 방송국 아나운서로 8개월 정도 근무했다. 이 지역은 그가 태어나 고등학교까지 마친 고향이기도 하다. 지연, 혈연, 학연 중심의 끼리끼리 문화가 싫어 서울의 지금 직장으로 옮겼다. 대학은 서울에서 나왔다. 재학시절 학내 언론사 아나운서로 활동하며 방송기자의 꿈을 키웠다. 하지만 여의치 않았다. 기자와 무관한 직종에서 일하고 있지만 꿈을 포기할 순 없었다. 그래서 시작한 게 우기TV다. 10만원 안팎의 비용을 들여 웹캠과 마이크를 구입했다. 방송 준비 끝. 스튜디오는 그의 집이다. 지난해 8월인가 9월부터 방송을 시작했다. 지역 방송국 근무 시절부터 구독하던 경향신문을 전달 대상으로 정했다.
◇ 뉴스를 가지고 놀고 싶다 = 첫 방송을 시작한 지 반년이 지났다. 매일 아침 생방송 시청자는 평균 10명 남짓이지만 40명 수준으로 올라갈 때도 있다. 스마트폰 시청자를 포함한 누적 시청자수는 4만명에 육박한다. 대선 전 시사콘텐츠가 주목받으면서 아프리카TV가 몇 차례 메인화면에 걸어놓았을 때는 1만5000여명의 시청자들이 몰리기도 했다. 뉴스를 시청자들과 함께 즐겁게 읽고 싶어 방송을 시작했다는 김씨는 출근 전 40분 남짓 방송시간이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순간 이라고 말했다. 야근이다, 회식이다 해서 다음 날 아침 방송을 늦게 시작한 적은 있지만 지금까지 하루도 방송을 거른 적은 없다. 인천으로 출장갔을 때도 호텔에 노트북을 켜놓고 창밖의 인천 앞바다를 배경으로 방송을 했다. 그의 목표는 스포츠 중계를 하듯 뉴스를 전달하는 일이다. 그가 매일 꼼꼼히 들여다보는 뉴스를 만드는 경향신문 기자들과 함께 뉴스를 전달할 수 있다면 더 없는 영광일 것이라는 바람도 나타냈다. 1주일 또는 1달에 1번씩이라도 만나 김씨는 캐스터 역할을, 경향신문 기자들은 해설자 역할을 하는 형식을 도입해볼 수 있겠다 싶었다. 단순 뉴스 전달 기능에 경향신문 기자들의 취재 후일담과 취재경험, 뉴스 등장 인물에 대한 일화 등이 곁들여진다면 김씨의 뉴스플레이어 1.0은 2.0을 넘어 무한대로 진화해갈 수 있을 것이다. 정보 과잉으로 쓸만한 정보를 찾기는 더 어려워진 시대, 이 시대 최고의 신문 기사를 최고의 기자들이 전해주는 뉴스 중계가 짧은 시간 핵심 정보만 간추려 섭취하고 싶은 뉴스 수용자들의 갈증을 해소하는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경향닷컴 초기 화면에 뉴스플레이어 1.0을 걸어놓으면 어떨까 상상도 해본다. 조합원들의 견해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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