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여행을 다녀온 후 일상에 복귀한 지 이틀째입니다. 여독이 조금 남아있는 것도 같고 집중도 잘 되지 않아 멍하게 보내는 순간이 많아졌습니다. 꼭 낮잠이 필요하다고 느끼지는 게 우리도 씨에스따를 제도적으로 시행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마 이런 현상은 타이완 여행의 기운을 떨쳐내는 과정이 아닌가 싶습니다. 강렬하다기 보다는 은근하지만 독하게 여행의 기억을 형성한 것입니다. 그래서 이 김에 제대로 타이완 여행을 정리하는 시간을 내기로 했습니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속독했던 이지상 작가의 <나는 지금부터 행복해질 것이다>를 다시 꺼내든 것이지요. 이 책의 부제는 '타이완 희망 여행기'입니다.
지은이는 타이완 여행을 계기로 입사 3년만에 멀쩡히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냅니다. 그리고 본격적인 여행작가의 길로 들어서지요. 그것이 벌써 20년이 넘었다고 합니다. 이 책은 저자가 어머니를 여의고 무기력해진 자신의 삶에서 다시 활력을 찾기 위해 떠난 타이완 여행기입니다. 자신을 여행작가의 길로 이끈 타이완의 곳곳을 돌아보며 삶의 에너지를 회복하는 과정이 담담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자신이 처음 묵었던 호스텔을 찾아가기도 하고, 무작정 들어갔던 식당이 있던 거리를 찾아가 인생의 무상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이 공존하는 타이베이에서 과거의 자신을 불러내 대화하고 위무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봐야겠지요.
여행이란 무엇일까요. 범위를 좁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자유여행, 배낭여행이란 무엇일까요. 두꺼운 가이드북을 들고 '그 곳'을 찾아다니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낯설음에 대한 도전일까요. 어떤 곳을 여행할 때 너무 많은 준비를 하면 그 곳의 일부만 보게 된다고 합니다. 여행을 끝내고 나니 제가 갔다온 타이베이와 이지상 저자가 갔다온 타이베이가 같은 곳일까 하고 문득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각자의 기억에 남아있는 여행지의 모습이 다르기 때문일 겁니다.
이 책을 읽으며 여행지에 대해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여행을 하기 전에 책을 읽으며 받은 느낌과 여행을 하고 나서 읽는 책의 느낌이 완전히 다릅니다. 그 사이에 타이완이 있기 때문이지요. 아마 책을 다시 읽지 않았더라면 저는 제가 본 타이완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오류를 범했을 겁니다. 책을 읽으면서 타이완을 두 번째 여행하고 있다는 착각이 들었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나니까 다시 한 번 타이완을 가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 저는 타이완의 여독을 풀어내고 있나 봅니다. 그리고 이 과정을 거치고 있는 저는 지금부터 행복해질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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