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하자면 저는 결코 마른 체형이 아닙니다. 제 몸매의 실상을 모르는 분은 종종 오해를 하지만 저는 우람한 근육과는 거리가 먼 사람입니다. 술자리에 가서 맥주를 생각없이 들이키고 다음날 아침 후회를 반복하는 월급쟁이일 뿐이지요. 그런 제게도 다이어트 비법이 있습니다. 비법이라고 하기도 좀 그렇지만 저녁을 굶는 것입니다. 저녁을 굶으면 일주일에 2~3킬로그램은 금방 뺍니다. 단시간에 살을 뺄 필요가 있을 때 아주 적절한 방법입니다. 문제는 이것이 일종의 편법처럼 느껴져서 다른 누구에게 선뜻 권하기 어렵다는 데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부쩍 홀쭉해진 제 볼살을 보고 놀라지만 그럴 때마다 저는 가슴 한 구석이 켕기는 느낌을 받습니다. 굶어서 빼는 것은 정치적으로 옳지 못하다(politically incorrect)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어서 그런 걸까요?
어제 잠자리에 들기 전 사이버도서관에서 건강/의학 섹션을 살펴보다가 흥미로운 다이어트 책 한 권을 발견했습니다. <살 빠지는 습관 디너 캔슬링>이라는 제목의 책은 저의 다이어트 방법을 100퍼센트 뒷받침하고 있었습니다. 저자가 독일인이라서 그런지 굳이 외국어로 디너 캔슬링(Dinner Cancelling)이라고 이름 붙였지만 우리말로 하면 '저녁 굶기' 정도 되겠습니다. 이 책의 메시지는 '오후 5시 이후에는 굶어라!'입니다. 그리고 허기를 달래기 위해서 5시 이전에 간식으로 미리 영양소를 보충하고 저녁에는 물과 음료만을 흡수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간단하지만 막상 시도해보면 말처럼 그리 쉬운 것만은 아닙니다. 저녁 8시가 넘어가면서 본능과 의지 사이에 강력한 충돌이 일어납니다. 타협하자는 욕구를 넘기는 것이 관건입니다. 이럴 때 가능한 한 저는 일찍 잠자리에 들려고 노력합니다.
요며칠 저는 스트레스를 받는 일을 폭식으로 풀었습니다. 물론 이성적으로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푸는 것이 썩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으나 어디 인생이 마음대로 됩니까?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먹어댔더니 평소보다 3~4킬로가 쪘습니다. 이럴 때마다 저녁굶기에 들어가는데 때마침 저의 이런 방식에 날개를 달아줄 든든한 후원자 같은 책을 만난 것이죠. 책의 저자인 디터 그라베(Dieter Grabbe)는 감히 디너 캔슬링을 세상에서 가장 쉬운 다이어트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디너 캔슬링을 2주 정도 꾸준히 해보고 그 이후에는 필요에 따라 일주일에 2~3회 정도 탄력적으로 저녁 식사를 굶으라고 제안합니다. 초보자의 경우 14일 디너 캔슬링 프로그램을 곧장 시도하는 것보다는 한두번 경험해보고 차츰 늘려나가는 것이 좋다는 조언도 빼놓지 않습니다. 생각해보니 저도 2주 연속으로 디너 캔슬링을 해 본 적은 없군요. 아마 지금이 14일 프로그램을 시작해야 할 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흔히들 다이어트는 운동과 식이요법을 병행해야 효과가 높다고 합니다. 확실한 사실은 운동보다 식사량 조절이 우선이라는 것입니다. 이미 현대인의 과식 습관은 위험 수위 다다랐고 운동만으로 이것을 상쇄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저는 헬스클럽에 가서 운동하는 것을 즐기지 않습니다. 아령을 드는 행위를 해 본 적은 한 손에 꼽을 정도구요. 남에게 보이기 위해서 그만한 고통을 감내해야 할 이유를 절실하게 못 느끼기 때문입니다. 대신 저는 생활 속에서 운동을 일상화합니다. 출퇴근할 때 자전거를 애용하는 것이 대표적이죠. 자전거를 두고 왔을 때는 두 시간 가까이 걸어서 회사에 출근할 때도 있습니다. 또한 웬만한 거리는 자주 걸으려고 노력합니다. 다행히 여자친구도 걷는 것을 좋아해서 애인과 손잡고 걸을 때 큰 행복을 느낍니다.
디너 캔슬링이라는 다이어트 방법이 한편으로 무식해 보이기도 하지만 또 한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저자가 언급하기도 한 효과는 바로 해독작용입니다. 디너 캔슬링을 규칙적으로 실천하면 신체의 노폐물이 제거되며 해독작용이 이뤄진다고 합니다. 정화에는 14시간에서 15시간 정도가 필요한데 오후 5시부터 단식에 들어가면 자연스럽게 이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죠. 얼마나 과학적 근거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실제로 디너 캔슬링을 한 다음 날 아침이면 몸이 매우 가벼운 느낌입니다. 이는 마음에도 영향을 미쳐서 하루를 상쾌한 컨디션으로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장점이 많은 저녁식사 굶기, 저의 소박한 다이어트 비법입니다. 그나저나 당장 오늘 회식이 있는데 저는 디너 캔슬링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결과는 24시간 후에 공개됩니다! ^^
확인해보니 지금은 절판되어서 교보문고에서 e-북으로만 구매할 수 있습니다.
디너 캔슬링의 창시자(?) 디터 그라베입니다. 독일에서 트레이너 겸 식생활 전문가로 유명하다네요.
북서핑을 하다보니 이런 책도 발견했네요. 일본인 저자인 마쓰이 지로는 아침식사 거르기를 주장하는군요. 사실 디터 그라베도 밤늦게까지 일하는 사람을 위해 대안 프로그램으로 아침식사 캔슬링을 권합니다. 낮 12시까지 아침 식사를 하지 말고 물과 차를 마시자는 것이죠. 물론 해독작용과 안티에이징을 위해서는 디너 캔슬링이 더 좋다고 주장하지만요. 마쓰이 지로의 주장은 다이어트보다는 건강 유지에 방점이 찍혀있는 것 같지만 얼핏 보기에 디터 그라베의 아침식사 캔슬링과 비슷한 것 같기도 합니다. 나중에 시간 날 떄 <아침밥 절대로 먹지마라>도 읽어보고 후기 남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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