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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읽기

괜찮아, 괜찮아, 불편해도, 욕망해도

김두식 교수의 신간 <욕망해도 괜찮아>를 알게 된 것은 팟캐스트 이털남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자전거로 통근하는데 출퇴근길에 라디오를 듣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출근하면서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를 듣고 퇴근하면서는 팟캐스트 김종배의 이털남을 듣습니다. 이털남 김종배 시사평론가의 털기 전 뉴스가 끝나면 광고가 나오는데 요즘에는 김두식 교수의 <욕망해도 괜찮아> 광고가 매일 나옵니다. 하지만 이털남 광고가 이 책을 읽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아니었습니다.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삶에 대한 무기력증에 시달리던 어느 날, 나꼼수를 들으며 팬이 된 김민식PD의 블로그를 탐독했습니다. 김민식PD는 공짜로 즐기는 세상에서 자주 책 소개를 하고 있었는데 그에 자극 받아서 추천하는 책을 읽어보기로 결심한 거죠. 이윽고 다음날 버거킹에서 점심을 재빨리 해결하고 반디앤루니스로 향합니다. 코엑스 건물에 사무실이 있다는 것은 이런 면에서 큰 행운입니다.

 

신간 베스트셀러 코너에 눕혀 있던 책인 <욕망해도 괜찮아>는 사실 이전에도 한번 훑어본 적이 있는 책입니다. 하지만 짧은 점심시간을 활용해 개요를 파악하는 정도에 만족해야 했죠. 그 때는 제목과 책 앞뒤날개 정도를 확인하고 말았습니다. 이번에는 책을 집어들고 욕심내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얼마나 재밌게 읽히는지 점심시간 한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습니다. 속독을 하지 못하는 저는 결국 100쪽 정도 밖에 읽지 못했지만 퇴근 후 다시 서점을 찾아 완독을 하고 맙니다. 책의 내용은 삶의 순간순간의 과정에서 자신의 욕망을 숨기지 말고 그것을 건강한 방식으로 풀어나가자는 것입니다. 뻔해보이는 주장이 마음에 와닿은 것은 김두식 교수가 책에서 자신의 욕망을 가감없이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인정받고자 하는 욕망, 학벌, 성욕과 위선이라는 문제에 대해서 자신의 속물적인 면을 드러내면서 독자의 공감을 삽니다. 무엇보다 그는 이런 욕망이 우리 사회구조에서 당연한 것일 수 있으므로 부끄러워하지 말고 솔직해지자고 말합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났을 때 그가 무슨 대학을 나오지 않았는지 궁금해하지 않을 사람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될까요? 그가 자신보다 낮은 서열의 대학을 나왔을 때 확보하는 자신의 우월감에 대해서 솔직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문제의 해결은 우리가 이런 욕망을 들여다보고 고백하는 데에서 시작됩니다. 욕망의 괴물과 싸우기 시작하면 욕망은 더욱더 커집니다. 욕망을 어르고 달래서 잘 보살펴주어야 욕망은 안정을 찾습니다. 그런 면에서 욕망은 극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죽는 그 순간까지 함께 할 존재입니다. 이것을 인정하는 순간 욕망은 적이 아니라 친구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저는 욕망을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허튼 욕망이 아니라면 저를 억누르지 않기로 했습니다. 다만 관계의 불편함에서 오는 욕망, 구조적 서열짓기에서 오는 욕망에 대해서는 작은 노력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에둘러 말했지만 결국 출신대학으로 사람을 서열화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저의 무의식까지 지배할 수는 없겠지만 의식적으로 주변 사람의 출신대학을 알아내려는 시도는 하지 않겠다는 것이죠.

 

김두식 교수의 책에 매력을 느껴서 그가 쓴 다른 책들도 찾아봤습니다. 다 읽지는 못했지만 우리 사회의 차별과 인권 문제를 영화와 결부해서 쓴 <불편해도 괜찮아>도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그러고 보니 김두식 교수의 최근 신작 두 권의 제목에는 모두 '괜찮아'라는 말이 들어갑니다. 이보다 마음에 와닿는 공감의 표현이 어디 있을까요? 저는 위로해 준답시고 하는 '다 이해해'라는 말을 싫어합니다. 극단적으로 밀어붙이면 이 표현에는 말하는 이의 폭력이 들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결코 남이 될 수 없는데도 자기 삶의 범주를 바탕으로 남의 경험을 쉽게 단순화하는 것으로 들리기 때문이죠. 그런 면에서 '괜찮아'는 공감과 치유의 말입니다. '괜찮아, 나도 그래'라는 말을 들었을 때 느끼는 안도감은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다들 이렇게 사는구나 하면서 삶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도전을 낳게 하죠. '다 이해해'라는 말에는 그런 유기적인 발전의 과정이 생략되어 있습니다. 그야말로 쏘 왓(So what?!)인 거죠.

 

반디앤루니스에서 김두식 교수의 책을 쌓아놓고 탐독하고 있는데 옆에서 책을 보던 다른 직장인 한 분이 조심스럽게 말을 겁니다. "혹시 김두식 교수 좋아하세요? 그러시면 내일 모레 강연이 있는데 알고 계세요?"하고 강연 정보를 알게 됩니다. 대안연구공동체에서 하는 '글쓰기의 욕망, 욕망의 글쓰기'라는 강연입니다. 역시 김민식PD가 말한 대로 책을 읽으면 이런 횡재가 따라오나 봅니다. 목요일 저녁 퇴근하고 가보려고 합니다. 널리 알려지지는 않아서 관심있는 분들은 시간 맞춰서 오시면 될 것 같습니다. 참가비는 만원이라고 하네요. 맘편히 같이 가요. 괜찮다니까요. 괜찮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