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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읽기

만 가지 행동 : 하던 일 하지 않기

 

 

오랜만에 올리는 날마다 읽기 포스트입니다. 심리치유 에세이로 접하게 된 김형경 작가의 신간(이라고 하기에는 이미 8개월이나 되었군요)을 읽고 있습니다. 동향 출신의 소설가이지만 그의 소설을 읽어본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심리치유 에세이 전작을 두 권이나 재밌게 읽었기에 이번에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습니다. 아직 책을 다 읽은 것은 아니기에 인상 깊은 구절을 소개하고 그 구절에 나의 상황을 대입하는 방식으로 서평을 시작하겠습니다.

 

# 1. 다르게 살고 싶다 

 

훈습 과정을 거치면서야 '다르게 살고 싶다'고 꿈꿀 때마다 진심으로 원했던 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것은 자기실현 욕구였다. 낡은 방식이 몸에 맞지 않을 때, 오래된 습관이 변화한 역할에 적합하지 않을 때마다 다르게 살고 싶어 했다. 생에 유연하고 효율적으로 대처하고 싶은 욕구, 자유롭고 충만하게 살고 싶은 욕구, 파편화시켜 둔 내면을 통합하여 진정한 나 자신이 되고자 하는 욕구였다. 변화란 삶의 외형이나 행동 방식을 바꿔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인식, 관점, 사고의 틀이 바뀌는 지점에서 성취되는 것임을 훈습 과정에서 체험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p.27)

 

나 역시 다르게 살고 싶다는 꿈을 꿉니다. 특히 일적인 면에서 말입니다. 한편으로는 일의 성격이 바뀐다고 하더라도 그 방식이 몸에 익을 때쯤 또 다른 삶을 꿈꾸지는 않을까하는 의문이 듭니다. 요즘은 그 고민이 깊어지는 시기였습니다. 이 구절을 읽으면서 결국에는 외형이나 행동 방식이 아니라 인식과 관점, 사고가 중심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인식과 관점, 사고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 2. 아마추어와 프로페셔널의 차이

 

이제 나는 아마추어와 프로페셔널을 가르치는 기준을 하나 가지고 있다. 아마추어가 인정받고 사랑받기 위해 일한다면 프로페셔널은 자기에게 유익하고 즐거운 일을 한다. 아마추어가 타인과 경쟁한다면 프로페셔널은 오직 자신과 경쟁한다. 아마추어가 끝까지 가 보자는 마음으로 덤빈다면 프로페셔널은 언제든 그 일에서 물러설 수 있다는 마음으로 임한다. 그 결정적인 차이는 내면에서 느끼는 결핍감 유무와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 (p.80)

 

 

한 명의 직업인으로서 전문가가 될 수 있을까 고민에 빠질 때가 있습니다. 나도 어느덧 직장생활 4년차에 접어 들었으니까 말이지요. 프로페셔널이란 결국 전문가일 것입니다. 하지만 공인된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전문가라고 해서 다 프로페셔널은 아닐 것이다. 프로페셔널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이 주체가 되어야 합니다. 자신이 좋아서 일하고, 자신이 그 일을 잘 하게 될 때, 결국 그 일을 사랑하게 될 때만이 프로페셔널인 것이겠지요. 프로페셔널을 꿈꾸지만 저이지만 과연 제가 원하는 분야에서 프로페셔널이 될 수 있을까요?

 

# 3. 하던 일 하지 않기

 

사자성어처럼 보이는 '충탐해판'은 한 리더십 세미나에서 알게된 용어이다. 충고, 탐색, 해석, 판단의 앞 글자를 모은 그 단어는 한데 묶어 놓고 보면 방어의 언어라는 사실이 더 잘 이해되었다. 충고는 자기 생에서 실천해야 하는 덕목들을 남에게 투사하는 것이고, 탐색은 상대에게 존재할지도 모르는 위험 요소를 경계하는 일이었다. 해석은 자기 생각과 가치관을 타인에게 덧씌우는 일이고, 판단은 제멋대로 남들을 평가하고 재단하는 행위였다. 우리는 누구도 그렇게 할 권리가 없지만, 일상적으로 늘 그렇게 생활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모든 행위의 배경에는 그렇게 해야만 자신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불안감이 존재하고 있었다. 훈습 기간 중 일상 속에서 충탐해판의 언어를 알아차리고 제거하는 일에도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다. 내가 하는 말을 가만히 들어보면 온통 충탐해판 아닌 것이 없었다. (P.41)

 

나 역시 충탐해판에 민감합니다. 세상의 답을 구하고 있는 구도자를 자처한다는 느낌을 스스로 받을 때가 있습니다. 한 명의 인간으로서 잰 체하는 것이 아닌가 부끄러운 순간이 많습니다. 아마 충탐해판을 너무 많이 한 탓일 수 있겠지요. 훈습의 시작은 하던 일 하지 않기라고 합니다. 충탐해판을 의도적으로 끊는 연습을 해보려고 합니다. 블로그도 충고, 탐색, 해석, 판단을 줄이고 운영하고 싶지만 그러면 얼마나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싶습니다. 진정한 구도자는 세상의 답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답을 구하는 사람일 것입니다. 나 역시 세상이 아니라 나 자신을 대면해야 하는 순간이 온 것일 수도 있겠지요. 그것이 진정으로 길을 찾는 사람의 운명일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