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책을 읽다가 겪은 우연에 대해서 포스트했습니다. 저는 반디앤루니스에서 김두식 교수의 책을 쌓아놓고 앉아 한 권씩 한 권씩 훑어보고 있었습니다. 옆에 앉은 분이 힐끔힐끔 저를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속으로 '이 분이 왜 이러시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아니 제 마음이 각박해졌다는 뜻이겠지요. 점심시간이 끝나가는 시계 초침소리를 원망스러워하며 일어나는 제게 옆자리 분이 말합니다. "혹시 김두식 교수 좋아하세요?"
"저 이번에 내려요."처럼 짜릿한 느낌은 아니었지만 여운이 남는 한 마디였습니다. 사원증을 보니 우리 회사에 옆 건물에 입주해 있는 회사에서 일하는 분 같았습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그 분은 저녁마다 서교동에 있는 대안연구공동체라는 모임에서 인문학 공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모임에서 김두식 교수의 작은 강연회를 연다고 알려주었습니다. 소규모로 열리고 큰 홍보를 하지 않는 유료 강연이었기에 제가 인터넷 서핑을 통해 이 정보를 접하기는 매우 어려워 보였습니다. 여튼 김두식 교수의 책을 사지는 않았지만 쌓아놓고 훑어본 탓에 좋은 강연을 알게 된 거죠.
강연은 어제였습니다. 때마침 부서 실장님의 휴가로 근무를 하면서 저는 칼퇴근을 호시탐탐 노릴 수 있었습니다. 드디어 6시가 되었고 부리나케 지하철역으로 향합니다. 다 읽지 못 한 <불편해도 괜찮아>를 들고 말이죠. 삼성에서 홍대입구까지 가는 동안 못 다 읽은 <불편해도 괜찮아> 70여 쪽을 다 읽는 것이 목표였지만 속독에 익숙지 않은 저로서는 여간 고역이 아니었습니다. 결국 다 읽지 못 했지만 오랜만에 쫓기면서 독서를 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다행히 신간 <욕망해도 괜찮아>는 이미 다 읽어 놓았기에 나름대로 질문거리를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홍대입구에 내려서 제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여자친구님(!)과 함께 강연 장소로 향했습니다. 이렇게 강조를 하는 이유는 잠시 후에 이야기하겠습니다. 밥을 먹지 않았기에 빵집에 들러서 빵을 먹었는데 강연장에 도착하니 빵과 녹차를 나눠주고 있어서 또 먹었습니다. 강연의 주제는 '글쓰기의 욕망, 욕망의 글쓰기'였습니다. 초반 30분 정도는 강의식으로 진행되었고 1시간 이상, 질문과 답변을 주고 받으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왜 글을 쓰는지, 글을 쓰기 전에 어떤 욕망이 있고, 책을 내고 나서 어떤 욕망이 또 기어나오는지 김두식 교수 특유의 솔직한 고백이 이어졌습니다. 게다가 우리 출판시장이 현재 처해있는 기형적인 상황을 사례를 들면서 재밌게 풀어나갔습니다. 그럼에도 글로 승부를 보려고 하는 김두식 교수의 욕망을 엿볼 수 있었죠. 제가 야심차게 준비해간 질문도 그 부분이었습니다. "글을 쓰면서 궁극적으로 어느 위치에 가고 싶은가? 단순히 많이 팔리는 것인가? 아니면 자신의 지향점을 정해놓고 그곳을 향해 포지셔닝하고 있는 것인가?" 우문이었지만 저자는 진지하고 재치있게 답변해주었습니다.
김두식 교수는 올해 읽은 책 중에서 가장 잘 읽힙니다. 속도가 빠르다는 뜻도 되겠지만 자신의 이야기로 독자를 끌어들이는 힘이 매우 강합니다. 그것이 그의 장점으로 보였습니다. 그 점을 배우고 싶었습니다. 제가 이 포스트를 올리고 있는 지금도 제 욕망의 기저에는 쉽게 읽히기는 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김두식 교수는 욕망의 글쓰기를 해나가는 데 있어 좋은 선생님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다행히 아직도 제게는 읽지 않은 그의 책이 세 권 이상 남아 있습니다. 당분간은 점심시간마다 김두식 선생님의 글을 읽게 될 것 같습니다. 이제부터 한 권씩 각개격파 들어갑니다. 지금 시작한 책은 <불멸의 신성가족>입니다. 제 글쓰기 욕망의 바탕에는 욕망의 책읽기가 숨어있나 봅니다. 이번 주말에는 <불멸의 신성가족>을 완독해야겠습니다!
+) 제가 여자친구에 대한 사랑을 낯간지럽게 표현한 이유는 강연회가 끝나고 책에 사인을 받는데 김두식 선생님이 한 마디 하셨기 때문입니다. 질문을 하면서 강연에 오게 된 우연에 대해 언급했는데 김두식 선생님은 매우 놀라면서 "보통 인연이 아닌데, 같이 차라도 한 잔 해요."라고 덧붙입니다. 이 말을 들은 여자친구는 살짝 토라지는 모습을 보였으나, 여전히 제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내 사랑 깜찍이입니다. ^^
깜빡하고 강연회 사진을 한 장도 찍어오지 못 해서, 현장에서 나눠준 격주간 출판잡지 <기획회의> 323호의 표지로 대신합니다. 이번 호의 비평대상은 물론 김두식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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