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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타>의 김기덕은 거장 자격이 있는가

어제는 뤽 베송 감독의 <더 레이디> 얘기를 했습니다. 오늘은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 소식으로 연일 화제인 <피에타>에 대한 감상을 포스팅하겠습니다. 아침에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듣는데 미니인터뷰 코너에 김기덕 감독이 나오더군요. 어제 귀국 후 공식인터뷰를 했고 그 이후는 일절 인터뷰를 안 한다고 합니다. 다만 손석희의 시선집중은 토요일의 만난 사람에서 약속을 했기 때문에 예외라고 합니다. 그의 인터뷰를 들으면서 복잡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가 상을 타기 위해, 세상에 자신의 방식을 증명하기 위해 영화를 만드는 것은 아닌가 하는 심증이 굳어졌기 때문이지요.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고 김기덕 감독은 아리랑을 부릅니다. 저는 이 장면을 보면서 뜬금없이 노벨문학상 수상을 거부한 사르트르가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런던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고 눈물을 흘리는 한국의 스포츠 선수들이 생각났습니다.

 

 

평단에서 그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으로 갈립니다. 척박한 영화계의 이단아부터 백해무익한 감독이라는 소리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들립니다. 그는 자신을 아웃사이더이자 우리 영화계의 피해자라고 포지셔닝합니다. 모르긴 몰라도, 유럽에서 인정받는 감독인데 한국에서는 그만큼 자신을 대우하지 않는다는 서운함이 있을 겁니다. 그는 손석희 씨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영화에 100만명 정도가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이번 영화를 보면서 과연 그럴 만한 가치가 있을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엉성한 플롯, 남자주인공 이정진 씨의 어색한 연기, 연극 무대를 옮겨놓은 듯한 어설픈 연출... 과연 이 영화를 100만명이 봐 달라는 게 제 정신인가 싶었습니다. 저예산 영화라 이해가 가는 부분도 있지만 자신을 한국 영화계의 순교자로 규정하고 자신이 만든 영화는 유럽에서 상을 자주 타니 훌륭하다, 이런 단순한 논리로 무장한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저는 피에타를 보고나서 영화에 별로 공감이 가지 않았습니다. 다만 관객들이 유럽에서 상까지 받은 영화를 본 후 난 왜 유럽 사람들만큼 공감하지 못하는가, 자책하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김기덕 감독이 더이상 관객 탓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제대로 된 영화 수업을 받은 적이 없고, 연출은 투박합니다. 그것이 김기덕만의 매력일 수도 있고, 한계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관객의 눈은 냉정합니다. 만원에 가까운 돈을 의무감 하나로 내고 볼 이유는 없습니다. 공교롭게도 이번 영화 <피에타>의 주제도 돈이군요. 김기덕 감독의 영화는 유럽 사람들이 갖고 있는 전형적인 오리엔탈리즘에 충실한 영화입니다. 그들이 동양에 가지고 있는 환상을 늘 어느 정도 만족시켜 왔습니다. 정작 그 주체인 우리에게는 크게 공감이 가지 않는 이야기이지만 말이지요. 우리가 우리 자신을 매우 불편한 방식으로 타자화한 영화를 많이 봐달라고 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김기덕은 이미 한국 영화계에서 자신의 영역을 구축했습니다. 시상식용 영화라는 조롱을 받기도 하지만 이제 그의 존재를 무시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가 이런 부담감을 떨쳐내고 다음 영화부터는 자신의 솔직한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김기덕 감독은 자신이 가진 화려하지 못한 스펙 때문에 사람들이 자신의 영화를 보러 가지 않는다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사람들은 영화의 완성도를 보고 영화를 고르지, 감독의 학력, 성장배경, 전직 등을 보고 영화를 고르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여기에는 유럽 영화제 수상 횟수도 들어갑니다. <피에타>에 대한 저의 별점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