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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쓰기

선택과 집중이 아닌 상호보완의 가치를

 

선택과 집중의 결과는 필연적으로 승자독식으로 이어집니다. Winner takes it all이라는 말에 함유된 무시무시함은 1등을 제외한 우리모두를 주눅들게 합니다.

 

 

오늘자 한겨레에서 재밌는 칼럼을 읽었습니다. 얼마전부터 조선일보 대신 한겨레를 보기 시작했는데 한겨레가 지면은 많지 않아도 알찬 기획기사와 칼럼을 많이 싣는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조선일보에서 한겨레로 전향한 것은 아니고, 원래 경향신문과 조선일보를 구독하면서 좌와 우,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세계관을 정립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조선일보를 끊고 한겨레를 신청하게 된 까닭이 있습니다. 우선 조선일보가 쓸데없이 너무 많은 지면을 발행하고 있었고 게다가 조선일보에 껴서 오는 전단지가 무척이나 성가셨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경향신문이 보통 32~36면 정도 발행한다면 조선일보는 매일 50면이 넘습니다. 게다가 수많은 전단지까지 고려하면 제가 광고를 구독하는지 신문을 구독하는지 헷갈릴 정도였습니다. 마치 요즘 질소를 샀는데 과자가 들어있었다는 우스개소리처럼 말이죠.

 

또 하나는 조선일보가 요즘 들어 여론 형성에 있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특종을 많이 놓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상대적으로 한겨레는 혁신적인 토요판을 발행하는 등 이슈를 선점하고 재빠르게 치고 나간다는 인상이었고요. 결국 고심 끝에 저는 기계적 중립 대신 확실한 색깔을 갖춰나가기로 했습니다. 나이 서른을 바라보는  자신의 향기를 내지 못한다는 건 그만큼 인생을 치열하게 거쳐오지 않았다는 방증일 수도 있으니까요.

 

10월부터 저는 경향신문과 한겨레를 구독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진보지를 대표하는 두 신문을 비교해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경향신문이 차분한 느낌이라면 한겨레는 보다 감각적입니다. 한글 전용에 사라져가는 우리말을 살려쓰려는 노력도 참신하고요. 경향은 경향대로, 한겨레는 한겨레대로 자신의 색깔을 가진 느낌입니다. 조선일보를 구독할 때 하루종일 신문을 읽어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면 경향신문과 한겨레를 구독하는 지금은 마음이 많이 가벼워졌습니다. 기사 하나하나를 정독하기도 하고요. 좋은 칼럼은 두고두고 읽기도 합니다. 오늘도 한겨레에서 저의 고민을 뚫고 있는 칼럼을 발견해서 공유하고자 합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직업진로자격연구실 김상호 박사가 쓴 <직업진로, 선택과 집중만이 답인가?>라는 칼럼입니다.

 

우리 사회는 목표 하나를 정해서 끝장을 볼 때까지 달려가라고 강요하고 있습니다. 옛부터 한 우물을 파라는 속담도 있지만, 지금은 더 이상 그런 시대가 아닙니다. 수많은 직업이 생겨나기도 하고 금세 없어지기도 합니다. 세상은 개인이 통제할 수 있을 만큼 더 이상 간단하지 않습니다. 지식과 정보는 현기증이 날 정도로 쏟아져나오고 있고 그 혼란에서 중심을 잡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일찍부터 자신의 적성과 재능을 찾아서 선택과 집중을 해서 1등이 되라고, 최고가 되라고 강요합니다. 하지만 1등은 한 명입니다. 승자독식이라는 말도 있지만 과연 이것이 올바른 것일까요? 'Winner takes it all.'이라는 말 뒤에 숨어있는 무시무시함을 꿰뚫어야 합니다. 이 칼럼은 선택과 집중이라는 가치보다는 상호보완성의 의미에 방점을 찍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양다리를 걸치라는 것입니다.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둘 다 좋으면 둘 다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라는 말입니다. 일이 취미가 되고 취미가 일이 될 수도 있는 지금 시대에서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큽니다.

 

지금은 통섭의 시대이기도 하고 융합의 시대이기도 합니다. 더이상 한 우물만 파서는 성공할 수 없는 시대입니다. 시추를 해보고 여기저기 관심을 쏟으면서 그것을 갈고 닦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 결과가 꼭 하나여야 한다는 법은 없는 것이지요. 이제부터는 I자형 인간이 각광받는 것이 아니라 T자형 인간이 주목받는 시대입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9시부터 6시까지 일하는 회사에 다니지만 취미로 일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일을 매일 취미삼아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일과 연관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지만 저는 이걸로 돈을 벌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 인생의 일부를 투자해서 재미를 얻는다면 그것으로 대만족입니다. 삶의 가치와 인정을 제가 포괄할 수 있는 범위에 두는 것이죠. 제가 취미삼아 하는 일이 세계 최고는 아니더라도 저는 충분히 감사함을 느끼며 두 가지 일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이래도 선택과 집중을 우리 모두에게 강요하시렵니까? 우리 자녀가, 아니 우리 자신이 상호보완성의 가치를 즐기면서 한 발 물러서서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을 재밌게 합시다! 그냥 있는 그대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