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만하면 실수.
그로 인한 사건과 사고.
인생은 실수의 연속.
예전엔 인생은 뭔가
진지하고 심각하고 존귀한 것인줄 알았건만.
인생은 그저 실수와 그에 대한 대처로 이루어진다.
허겁지겁. 근근이. 살아간다.
복구가능한 실수라면 다행.
어떤 실수는 영원히 삶을 훼손한다.
놀랍지 않은가. 그저 몇 번의 실수로
삶은 점점 퇴락해간다.
자신은 그리 나쁜 놈이 아닌데도...
삶 자체가 에러 혹은 버그
- 이적, <인생은 실수의 연속> 전문
고백하자면 저는 이적 빠였습니다. 중고생 시절은 물론이고 대학교에 들어와서도 그의 적극적인 팬이었다고 자부하지요. 물론 지금은 그것도 시들해졌지만요. 제가 대학교 1학년 때인 2002년도에 이적닷컴이 문을 열었습니다. 이적이 무슨 글을 썼는지 대부분 기억할 정도로 열심히 들락날락했던 기억이 납니다. 위의 글은 <인생은 실수의 연속>이라는 이적의 포스트인데 요즘 들어 참 공감이 갑니다. 이적과 제 나이가 딱 10년 차이니까 아마 저 글을 이해할 만한 나이가 된 것도 같고요. 서른을 바라보는 저는 아직도 사고뭉치이자 트러블 메이커입니다. 사소한 사고를 일으키고 그것을 수습하고 나면 얼마 후에 또다른 사고가 일어납니다. 실수라는 듣기좋은 말로 포장하고 싶지만 실수는 결국 잘못의 동의어이지요. 이런저런 잘못을 하면서 나이를 들어가는 나날입니다.
어제도 본의 아니게 사고가 났습니다. 매일 아침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데 자전거 전용도로에서 마주오던 자전거와 부딛힌 것입니다. 저는 오른쪽 끝선을 따라서 바짝 붙어서 가고 있었는데 상대 자전거가 일종의 역주행을 한 것이지요. 저는 상대방과 눈이 마주친 것으로 인식했고 속도를 줄이면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알고보니 상대방은 저를 인지하지도 못했을 뿐더러, 다른 생각을 하거나 한 눈을 판 것 같았습니다. 자전거와 자전거, 얼굴과 얼굴이 부딛혔고 저는 얼굴에 찰과상을 입었습니다. 차를 운전하는 분들은 자전거 사고를 가볍게 볼 수도 있지만 자전거를 운전해보면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특히 자전거 전용도로에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을 보면 겁이 나기도 합니다. 헬멧과 고글, 전용복으로 무장하고 전투하듯 달리는 사람이 많습니다. 아마 출근시간에 쫓겨 그런 걸 수도 있겠지만 저처럼 평상복에 헬멧을 안 쓰고 자전거를 타려는 사람에게는 매우 무섭습니다.
이쯤되면 아마 의아해 하는 분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헬멧을 안 써? 교통법규를 준수하는 문화시민의 기본인 헬멧을 안 쓴다고? 이렇게 반문하면서 말이지요. 저도 얼마전까지는 헬멧은 자전거 이용자의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경향신문의 칼럼 하나를 읽으면서 생각이 바뀌었지요. 8월 27일자에 실린 칼럼니스트 김경 씨의 '스피드를 넘어 스타일로'라는 글입니다. 자전거 이용률이 매우 높은 북유럽 국가 특히 덴마크에서는 헬멧을 쓰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합니다. 우리처럼 쫄쫄이 바지를 입고 타는 사람 역시 거의 없다고 하네요. 자전거 타기가 일상 생활의 일부로 자리잡았고 어렸을 때부터 천천히 자전거를 타는 교육을 철저히 받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니까 평상복을 입고 자전거를 타도 속도를 내지 않으니까 사고가 많이 나지 않고 사고가 나도 크게 다치지 않는 것이지요. 아예 덴마크 코펜하겐의 자전거 이용자는 Cycle Chic라는 사이트를 만들어서 얼마든지 헬멧과 고글을 안 쓰고 쫄쫄이 바지를 입지 않고도 세련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습니다.
Cycle Chic를 편하게 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앞으로 자전거 탈 때 저부터 노력해야겠습니다. 퇴근하는 덴마크 여성의 모습에서 자전거 이용자의 편안함을 엿봅니다.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자전거 사고를 겪고 우리나라에서 아직 Cycle Chic는 무리가 아닐까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구석에 처박아 놓고 안 쓰던 헬멧을 부랴부랴 꺼내어 쓰고 오늘 출근했습니다. 자전거를 타면서 다른 사람의 속도가 유독 신경 쓰였습니다. 자전거 경적도 많이 울리게 되고요. 예전에는 웬만하면 자전거 경적을 안 쓰려고 마음 먹었는데 사고 후 저도 모르게 방어심이 발동했나 봅니다. 앞으로 저는 헬멧을 꼭 쓰고 자전거를 탈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한편으로 슬픕니다. 천천히 자전거 타기가 생활화되어 양복을 입고도 자전거를 타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사회, 헬멧을 쓰지 않아도 안전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오기를 바라봅니다. 물론 저 역시 그 문화를 만들어가는 데 앞장서야겠지요. 오늘 퇴근길에는 Cycle Chic 뿐만 아니라 Cycle Slow, Cycle Safe해야겠습니다.
p.s. 한국에도 Cycle Chic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아래 사진 보시죠.^^
얼마전 경향신문에 실린 조현광 씨의 사진입니다. 육아휴직 중인 남성 사례로 소개되었는데 두 아이를 자전거에 태우고 집으로 가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헬멧도 없고 고글도 없고 쫄쫄이 바지도 없지만 이런 게 바로 Cycle Chic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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